종반전 접어드는 리우올림픽…감동 전해준 명장면들

입력 2016-08-17 10:37  


○‘사랑은 타이밍’…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러포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시상식. 선수들이 시상대를 내려오는 순간 웬 남성이 은메달 수상자 허쯔 앞으로 달려왔다. 그는 다이빙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3m 스프링보드 동메달을 따낸 친카이(이상 중국). 친카이는 허쯔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반지를 내밀었다. 노래도 불렀다. 프러포즈였다.

허쯔는 친카이의 등장에 당황했지만 이내 눈물을 흘렸다.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관중의 박수가 쏟아졌고 카메라가 그들에게 모여들었다. 전세계가 증인이 된 프러포즈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교제 6년 만에 미래를 약속했다. 허쯔에 따르면 친카이는 프러포즈 도중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를 괴롭혀도 평생 기꺼이 당할게.”



○같이의 가치

니키 햄블린(뉴질랜드)은 여자 육상 5,000m 예선에서 불운을 겪었? 뒤따라 오던 애비 다고스티노(미국)이 넘어지면서 함께 트랙 위에 쓰러진 것이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대회에서도 같은 일을 겪은 햄블린이었다. 망연자실한 그녀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얹고 말했다. “일어나, 결승점까지 뛰어야지.”

다고스티노였다. 격려에 힘을 낸 햄블린은 곧 일어났다. 하지만 정작 다고스티노는 일어날 수 없었다. 넘어질 때 무릎을 심하게 타진 탓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햄블린이 다고스티노가 일어나는 것을 도왔다. 이어진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햄블린은 다고스티노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했다. 햄블린을 이렇게 말했다. “20년 후 사람들이 리우올림픽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다고스티노와 함께 겪은 일을 얘기할 것이다.”


○함상명, ‘패자의 품격’

올 수 없었던 올림픽. 그러나 기어코 온 올림픽. ‘나홀로 복서’ 함상명은 16강에서 지고도 웃었다. 출전권 양도를 통해 겨우 리우를 밟은 함상명은 32강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올림픽 링 위에 설 자격을 증명했다. 그리고 16강에서 중국의 장자웨이를 만났다. 함상명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장자웨이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었다.

그때처럼 난타전을 벌였지만 쉽지 않았다. 장자웨이는 더 강해져 있었다. 함상명의 0 대 3 판정패. 2년 전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분할 법도 했지만 함상명은 오히려 웃었다. 장자웨이의 손을 들어 관중석을 향해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패자 함상명이 승자 장자웨이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축하였다. 경기 후 함상명은 “인천아시안게임 때 실력으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시 있었던 판정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이번 만큼은 깨끗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었다. 장자웨이에게 실력에서 졌다. 전혀 불만 없다. 그래서 졌지만 기쁘다”고 말했다. 약관의 복서는 보기보다 성숙했다.


○"내 이름은 마르디니, 사람들은 난민이라 부르죠"

난민팀 수영 소녀 유스라 마르디니의 올림픽은 순식간에 끝났다. 여자 접영 100m 예선에서 1분09초21을 기록해 45명 가운데 41위를 차지했고, 여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도 1분04초66을 기록해 46명 가운데 46위에 그쳤다. 두 종목 모두 예선 탈락. 하지만 마르디니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마르디니는 첫 올림픽에서 거리로는 200m, 겨우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물맛’을 봤다. 하지만 그녀의 올림픽은 세 시간 동안 보트를 끌고 에게해를 헤엄쳐 건너던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기적의 레이스를 펼친 마르디니는 도쿄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그리고 소원이 하나 더 생겼다. 그땐 꼭 시리아 국기를 다는 것이다.


○올림픽을 하는 이유

‘위대한 몸짓’. 이은주와 홍은정(북한), 두 여자의 ‘셀카’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남긴 찬사다. 이은주는 여자 기계체조 예선을 앞두고 올림픽 아레나에서 훈련을 하던 도중 북한 체조선수 홍은정과 마주쳤다. 그리곤 스스럼없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홍은정은 흔쾌히 응했다. 소녀의 자유분방함과 솔직함 앞에 냉전의 벽 따윈 소용 없었다.

이은주가 ‘대타 선수’였기에 더욱 극적인 장면이었다. 이은주는 이번 올림픽에 초대 받지 못한 손님이다. 리우행 티켓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이고임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고임이 리우 현지 적응훈련 도중 부상을 입어 귀국했고 이은주가 긴급 호출됐다. 소녀들의 안타까운 바통 터치가 경색된 남북 관계에 깜짝 메시지를 던지게 된 것이다.


○‘대륙의 기상’?…그녀의 유쾌함

유튜브를 통해 리우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푸위안후이(중국). 그녀는 여자 배영 100m 준결승에서 58초95로 3위를 기록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한다. 각오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뻔한 대답 대신 “이미 태고의 힘까지 다 써버렸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오늘 성적에 만족한다”고 답하는 엉뚱함을 보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결승에선 58초79으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3위를 기록했음에도 이를 인터뷰 때나 인지했다. 0.01초 차이로 은메달을 놓쳤다는 사실에도 아쉬워 하지 않았다. 푸위안후이는 “단지 손이 짧아 은메달을 따지 못한 것 같다”며 웃엇다.


○국기에 대한 경례

진종오가 올림픽 남자 50m 권총 3연패를 달성한 뒤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은메달 수상자인 호앙 쑤안 빈(베트남)이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 것이다. 이방인의 국기에 대한 경례엔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이 숨어 있었다. 베트남 사격팀 박충건 감독 때문이다. 박 감독의 지도 아래 올림픽을 준비한 호앙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1개씩 목에 걸었다. 베트남엔 전자표적이 없어 한국 전지훈련을 할 때마다 박 감독을 만났던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호앙의 이 같은 행동은 스승의 모국에 대한 예우이자 자신을 꺽은 승자 진종오에 대한 예우였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2014년 은퇴를 번복하고 2년 만에 돌아왔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이별을 고했다. 이번엔 진짜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서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게 내가 원하던 모습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서 3번 접영 영자로 나서 역영을 펼치며 미국의 순위를 1위로 바꿔놓던 장면이 수영선수 펠프스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나를 못 볼 것이다. 잘 있으라”고 인사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본격적으로 메달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까지 총 28개(금메달 2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8관왕에 오르며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기록을 달성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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